see.saw 썸네일형 리스트형 문장 부호 명상 마침표는 씨앗 같다 문장 하나 쓰고 마침표를 콕 찍으면 나중에 반드시 싹이 튼다는 약속 같다 쉼표엔 햇빛과 물을 더 많이 주어야지 생각거름을 받아먹고 잠시 숨 고르다가, 더 단단한 문장으로 자라겠다는 다짐 같다 말줄임표는 가만히 눈 감은 속눈썹 같다 조용히 생각을 익히고 익혀서…… 언젠가 마침표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 같다 생각이 쑤욱 크다가 익은 벼처럼 고개 숙여 '근데 내가 어디를 향해 이렇게 열심히 가는 걸까' 싶을 때 물음표가 생겨난다 급히 가느라 잃어버린 것은 없나? 물음표 곁에는 느낌표가 있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느낌표들이 물음표와 함께 자란다! 요즘 나는 물음표에 제일 많이 감정 이입 중이다 물음표가 많아지니 느낌표도 많아진다 이만하면 괜찮은 사춘기다 더보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 아침의 버스 안에서 검표원은, 매일 아침 보는 뚱뚱하고 유쾌한 검표원인데,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내 옆에 앉아 나에게 말을 한다.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가 나에게 스위스가 소련인들이 여기까지 오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나를 안심시키려고 한다는 것 정도는 이해한다. 그는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더 이상 슬퍼할 필요도 없고, 내가 지금 안전하다고 말한다. 나는 웃는다. 나는 그에게 소련인들이 무섭지 않고 만약 내가 슬프다면 그것은 오히려 지금 너무 많이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직장과 공장, 장보기, 세제, 식사 말고는 달리 생각할 것도, 할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잠을 자고 내 나라 꿈을 조금 더 오래 꿀 수 있는 일요일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기.. 더보기 思春期 외할아버지는 붓글씨를 쓰신다 외갓집에는 이런 말을 한자로 쓴 족자가 여러 개 걸려 있다 한 글자씩 짚어 가며 의미를 풀어 주실 때면 다 멋진 말이지만 나한텐 좀 어렵다 올해엔 세배하러 갔더니 족자를 하나 써 주신다고, 갖고 싶은 글귀가 있냐고 물으셨다 나는 를 써 달라고 말씀드렸다 할아버지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래그래, 하셨다 사실 내가 를 갖겠다고 한 건 용도가 있어서였다 아무 때나 문 벌컥 여는 엄마 아빠 동생에게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팻말을 방문에 붙이고 싶은 때였는데 마침 할아버지가 족자 제안을 하셨으니 딱이었던 거다 思 春 期 사춘기가 이렇게 멋있는 말인 줄 처음 알았다 생각하는 봄? 생각의 봄? 아무튼 막 생각이 자라기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때라는 것 아닌가? 그러니 함부로 벌컥벌.. 더보기 내 남친 영호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그랬어 단순한 게 진리래 내가 영호를 남친 삼은 이유는 단순해 지난주 체육 시간에 뜀틀을 했는데 수돗가에서 영호가 그랬거든 ㅡ수아야, 너 머리카락에 햇빛이 잔뜩 묻었다 오글거린다고? 난 그렇게 말할 줄 아는 영호가 단박에 좋아졌거든 깡충깡충 뜀틀을 뛸 때 나도 내 머리카락에 햇빛을 막 묻히는 기분이었거든 뭔가 온통 반짝거리고 달콤해진 기분! 우린 딱 통한 거지 단순한 게 진리래 ㅡ수아야, 여기 아직 아프냐? 내 턱에 밉게 난 흉터 가까이서 본 애들은 징그럽다고 하는데 영호는 아프지 않냐고 물었거든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