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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saw

문장 부호 명상

마침표는 씨앗 같다

문장 하나 쓰고 마침표를 콕 찍으면

나중에 반드시 싹이 튼다는 약속 같다

 

 

쉼표엔 햇빛과 물을 더 많이 주어야지

생각거름을 받아먹고 잠시 숨 고르다가,

더 단단한 문장으로 자라겠다는 다짐 같다

 

 

말줄임표는 가만히 눈 감은 속눈썹 같다

조용히 생각을 익히고 익혀서……

언젠가 마침표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 같다

 

 

생각이 쑤욱 크다가 익은 벼처럼 고개 숙여

'근데 내가 어디를 향해 이렇게 열심히 가는 걸까'

싶을 때 물음표가 생겨난다

급히 가느라 잃어버린 것은 없나?

 

 

물음표 곁에는 느낌표가 있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느낌표들이

물음표와 함께 자란다!

 

 

요즘 나는 물음표에 제일 많이 감정 이입 중이다

물음표가 많아지니 느낌표도 많아진다

이만하면 괜찮은 사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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